우리들의 이야기

한산인 숏터뷰

500번의 발걸음으로 완성한
도전과 끈기의 기록

누군가에게 산은 잠시 쉬어가는 자연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스스로를 단련하고 삶의 의미를 되새기는 특별한 공간이 되기도 합니다. 이번 호에서는 지리산 천왕봉을 무려 500회 오른 한전산업 직원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수많은 오르막과 계절을 지나며 쌓아온 도전의 시간, 그리고 그 여정 속에서 발견한 삶의 가치와 원동력을 함께 들어봅니다.

글, 사진 | 하동사업처 연료설비부 김호곤

한산의 숏터뷰

지리산 천왕봉 500회 등반의 시작

대학 새내기 시절, 산악회 선배들의 권유로 아무것도 모른 채 3박 4일 일정의 ‘화대종주’를 시작하며 지리산과 첫 인연을 맺었습니다. 당시엔 너무 힘들어 두 번 다시 오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하산 후 하루만 지나면 다시 생각나는 것이 지리산의 매력이었습니다. 한두 번 천왕봉에 올라 발아래 펼쳐진 운해와 산 그리메를 보며 완전히 매료되었고, 산에서 만난 분들이 등반 횟수를 자랑스럽게 이야기하는 모습에 자극을 받았습니다. 결국 ‘정년퇴직 전까지 500회 달성’이라는 자신과의 약속을 세우고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달성 기간과 과정

1983년 첫 산행 이후 매년 10회 이상 산을 찾았으나, 군 제대 후 약 10년 동안 산행을 쉬면서 체중 증가와 체력 저하를 겪었습니다. 1998년 하동사업처 교대근무를 계기로 다시 운동을 시작했고, 집 근처 광양 가야산(497m)과 백운산(1222m)을 꾸준히 오르며 기초 체력을 회복했습니다. 이후 쉬는 날마다 지리산 천왕봉을 찾은 결과, 정년퇴직을 3개월 앞둔 2024년 12월 27일(금요일) 마침내 500회라는 대기록을 달성할 수 있었습니다.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단연 화엄사에서 노고단으로 향하며 눈물인지 땀인지 모를 정도로 고생했던 ‘첫 지리산 산행’입니다. 또한 한겨울 칠선계곡 산행 중 갑작스러운 폭설로 마폭포 지점에서 비박을 했던 경험도 잊을 수 없습니다. 당시 고립되어 죽을 수도 있다는 공포를 느꼈을 만큼 무모했지만 강렬한 기억입니다. 무엇보다 큰 자산은 인연입니다. 83세의 나이로 700회 이상 오르신 분, 2,000회 이상 오르신 분 등 지리산을 사랑하는 이들과 대피소에서 나누던 산 이야기는 늘 소중한 기억으로 남습니다.

등반을 통해 느낀 점과 보람

남한 내륙 최고봉인 천왕봉(1915m)을 500번이나 올랐다는 사실은 스스로에게 큰 자부심을 줍니다. 처음 산에 올랐을 때 보았던 나무 기둥 ‘정상목’이 우람한 ‘정상석’으로 바뀌는 세월을 함께하며 저 또한 성장했습니다. 숨이 턱까지 차오르는 자신과의 싸움을 이겨내고 정상에 서면 모든 피로가 사라지고 “나도 할 수 있다”는 성취감을 얻습니다. 넓은 세상을 바라보며 옹졸했던 자신을 벗어버리고 타인을 포용할 여유를 배우는 것, 그것이 지리산이 주는 가장 큰 선물입니다.

앞으로의 산행 계획

현재 함양군에서 시행하는 ‘오르Go함양 15봉’ 완등에 도전 중이며, 삼봉산·삼정산·와불산 세 곳만을 남겨두고 있습니다. 이를 완료한 후 다시 지리산의 매력에 빠져들 생각입니다. 다음 목표는 천왕봉 600회 등반이며, 그 때는 사위, 딸과 함께 오를 계획입니다. 또한 더 늦기 전에 산티아고 순례길 ‘프랑스 길’ 800km를 완주하는 것이 제 인생의 최대 목표입니다.

지리산 종주를 꿈꾸는 이들에게

지리산은 결코 만만한 곳이 아니기에 철저한 계획과 안전 장비(등산화, 배낭, 스틱 등)가 필수입니다. 본인의 체력을 먼저 점검하고, 종주 전 천왕봉을 한두 번 미리 경험해 보시길 권합니다. 지리산 종주에는 태극종주(97km), 화대종주(46km), 성중종주(34km), 성백종주(36km) 등 다양한 코스가 있으니 본인에게 맞는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특히 덥지도 춥지도 않으면서 야생화와 단풍이 아름다운 봄과 가을을 추천하며, 선답자의 조언을 듣고 대피소 예약 등 만반의 준비를 하여 안전한 산행을 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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